“꿈이 하나 있습니다. 세네갈 아프가니스탄 등 70여개국 1000여명의 제3세계 기독교 여성지도자들이 한국 교회의 열정과 헌신 등을 배웁니다. 그리고 돌아가서 자기 나라의 영적 기상도를 완전히 바꿔놓는 것입니다. 한국이 세계의 기독교 선진국이 되기 오래 전 한국의 여성 기독인들이 YWCA, 절제운동, 농촌운동 등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킨 불쏘시개가 된 것처럼 말입니다.”
17일 서울 양재동 횃불선교센터에서 이형자 기독교선교횃불재단 원장(63·할렐루야교회 권사)을 만났다. 그는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았을 것 같은 ‘재벌가 마님’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던진 모습이었다.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의 부인으로 살면서 적잖은 부침을 경험했던 그는 지금 ‘워가(WOGA, Women of Global Action) 코리아 2007’ 위원장을 맡아 열심히 발품을 파는 선교 동원가로 탈바꿈해 있다.
워가 코리아 2007은 내달 15∼19일 횃불선교센터와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스피드업’이라는 주제로 열린다. 스피드업은 예수님의 지상명령인 ‘세계 복음화를 가속화하자’는 의미이다. 이 원장은 세계 선교에 스피드를 올리자면 여성 리더십 계발이 필수불가결하다고 강조했다.
“한 여성이 그의 가정을 변화시킬 겁니다. 더 나아가 그 가족이 속한 민족을 하나님께 돌아오게 할 것입니다. 지금 세계 미전도 지역에는 복음의 씨앗을 받아들였고 그 끈을 놓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소수 기독여성들이 있습니다. 이들을 격려하고 도와줘야 합니다.”
이 원장은 이번 대회를 위한 자금 마련에 새로운 시도를 감행했다. 항공비 예산 12억원 등 총 27억원의 막대한 예산 마련에 기존 행사들처럼 크리스천 기업이나 초대형 교회에 거의 전적으로 매달리는 방식 대신 국내 모든 크리스천들이 후원자가 될 수 있는 길을 모색했다. ‘아름다운 저금통’ 캠페인을 통한 풀뿌리 선교운동이 바로 그것이다.
크리스천들이 솔선수범해서 잠자는 서랍 속의 동전들을 모아 세계 여성들의 초청 경비를 지원하자는 운동으로 이를 위해 저금통 1만개를 제작, 1년전부터 한국 교회와 성도들에게 동참을 호소했다.
이 원장은 거의 매일 행사를 위한 기도모임을 가졌고, 후원자와 자원봉사자를 찾기 위해 전국 각지를 돌며 발품을 팔았다. 이렇게 모은 동전을 갖고 갔더니 “동전이 너무 많아 계수가 힘들다”며 후원계좌를 중지시킨 은행까지 생겨나기도 했다.
이 원장은 이화여대 법정대학장을 역임한 고 이병길 박사의 딸. 이화여대 부속 중·고를 나왔고, 동 여대와 동 대학원에서 각각 한국화를 전공했다. ‘자랑스러운 이화인’의 한 사람이 된 그는 많은 사람들이 불가능하다고 했던 여의도 63빌딩을 세우는 데 내조가 컸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그가 이번 대회를 위해 생전 처음으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제발 도와달라는 소리를 끝없이 하고 다녔다.
“하나님이 좋아하시는 일일 거라 믿었어요. 그래서 조금도 창피하거나 마음이 불편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나 자신을 겸손하고 교만하지 않는 크리스천으로 단련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는 이번 행사를 위해 여러차례 아침과 저녁 식사를 거르며 40일 금식기도를 했다. 어려움이 밀려올 때마다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고, 해결이 안되면 또 무릎을 꿇었다.
워가 코리아 2007은 이벤트성 집회가 아니다. 미전도종족 지역의 여성 리더 자격이 충분한 이들을 한인 선교사와 선교단체들로부터 추천을 받았다. 이들에게는 항공료와 체재비 일체를 후원했다. 대신 이들은 소그룹 제자훈련과 영성훈련을 비롯해 국가별 주제발표와 선교전략 네트워크 구축, 한국 교회와 기도원 방문 등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며 강인하게 훈련을 받게 된다. CCC 여성자원센터 책임자 주디 더글라스, 여성전인개발선교회 줄리엣 토머스 박사, 국제워가 에밀리 부리쉬 위원장, 침례교세계연맹 도로시 셀레바노 여성분과위원장, 미국 텍사스 기도센터 설립자 엘리스 스미스 등이 대회 주강사로 참여한다.
“이번에 초청된 여성 지도자들은 그 민족 내의 극소수 크리스천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이들은 죽기까지 하나님께 충성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입니다. 우리 여성들도 이번 대회에 많이 참석해서 이들과 영적 물적 네트워크를 만들어 계속 지원해 주었으면 합니다.”
이 원장은 이번 여성대회가 기도하는 우리의 여성크리스천들에게도 특별한 뜻이 있을 거라고 강조한다.
“세계 미전도종족을 돕겠다는 마음이 이 땅을 또 한 차례 새롭게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국민일보 함태경 기자 zhuanjia@kmib.co.kr